"삼전닉스 사이클 끝날 때는…" 개미들 놀란 '극단적 전망' [분석+]
최근 일부 증권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낮추며 메모리 업황 정점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노무라증권과 KB증권은 '메모리 투톱'의 실적·현금흐름·주주환원을 재평가하며 목표주가와 매수 의견을 그대로 유지했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지고 장기공급계약(LTA)이 확산하면서 급격한 다운사이클(업황둔화)이 재현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노무라는 4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도 각각 67만원과 470만원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현재 이들 메모리 기업의 주가가 고점 대비 37%가량 하락하며 내년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평균 3배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심각한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노무라는 "현재 메모리 시장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에 힘입어 전례 없는 수요 호조를 보이는 반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향후 4년 이내에 글로벌 메모리 생산 능력이 지금의 두 배인 월 720만장, 6년 내에는 세 배인 월 1100만장 규모로 늘어나야 폭발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에도 전체 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2028년까지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노무라는 내다봤다. 실제 극심한 공급 부족 속에 메모리 시장에 도입된 LTA 모델은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빅테크 기업 등 주요 고객사들은 물량 확보를 위해 현재 가격보다 최대 20% 높은 상한선을 감수하고서라도 5년 단위의 장기 계약을 맺고 있다.
노무라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20∼30% 규모의 선급금과 강력한 위약금 조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공급사에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실적 가시성과 안정성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화 강세는 단기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노무라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을 원화 강세 영향을 반영해 기존 추정치 86조원보다 낮은 77조원으로, 삼성전자는 107조원으로 예상했다. 노무라는 "메모리 기업은 결제 대금을 달러로 받지만 매출의 약 20%는 원화로 지출하는 구조"라며 "원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영업이익이 약 12% 감소하는 단기 실적 부담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환율 악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로 충분히 상쇄될 것으로 노무라는 평가했다. 오히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대규모 무역 흑자가 원화 강세를 유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노무라는 빅테크 기업의 실제 자본지출 여력이 시장의 우려보다 훨씬 강력한 만큼, 향후 견조한 메모리 시장 흐름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맞물려 두 기업의 본격적인 주가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KB증권도 이날 삼성전자에 대해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에 따른 추가 주주환원을 기대하면서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는 60만원을 유지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최근 3개년 주주환원 잔여 재원을 110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3분기 30조원과 4분기 40조원 등 총 70조원 규모의 현금 배당과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이어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적용과 배당 성향 25% 요건 충족을 가정하면 현금배당 규모는 총 70조원 수준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를 제외한 잔여 재원 역시 4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소각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 현금 배당을 기준으로 한 배당수익률은 4%를 웃돌 것"이라고 전망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하반기 분기 평균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의 하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87% 증가한 221조원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의 경우 올 3분기부터 4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언어처리장치(LPU) 양산 본격화와 생산 수율 안정화에 힘입어 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할 경우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2028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메모리 공급난도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본부장은 "구글, 아마존 등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에 이어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주요 하이퍼스케일러까지 5년 LTA 요구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신규 메모리 생산라인 완공부터 본격적인 양산까지 3년 이상 소요되는 구조를 고려하면 메모리 공급 부족은 최소 202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여의도 증권사 임원은 "최근 증권사들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목표주가 하향은 메모리 업황보다 밸류에이션과 환율을 반영한 조정에 가깝다"며 "노무라와 KB증권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ASP 상승과 LTA 확대에 따른 실적 가시성을 더 중요하게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좀 더 극단적인 전망을 해보자면 메모리 다운사이클은 어쩌면 영구적으로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결정력과 주주환원 확대가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의 핵심 변수"라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