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7000 탈환의 문턱은 높았다. 반도체 투자심리 회복과 함께 돌아온 외국인, 기관의 동반 매수에도 개인의 맹렬한 ‘탈출 행렬’에 8일 국내 증시가 후퇴했다. 코스피지수 7000 위에 대거 물려 있던 개인은 증시 반등을 믿지 못한 채 이틀 새 10조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과 엔화 급반등, 미국·캐나다의 보복관세 충돌 등 불안정한 국제 정세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 개인, 이틀간 10조원 순매도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0.58% 내린 6954.52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7100 위로 뛰어오르며 지난 7월 23일 이후 처음으로 7000선 회복 기대를 키웠지만 장 막판 상승폭을 모두 반납한 채 하락 마감했다. 4거래일 만의 마이너스다. 코스닥지수도 1.25% 내린 811.88에 마감했다.
출발은 좋았다.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 공개로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에 대한 기대가 되살아나며 코스피지수는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0.7% 상승 출발했다. 외국인은 이날도 6316억원, 기관은 6427억원어치 순매수하며 4거래일 연속 ‘쌍끌이’를 이어갔다. 최근 1주일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각각 2조7884억원, 4조7468억원에 달했다.
반면 전날 7조원 가까이 내던진 개인은 이날도 3조331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증시를 끌어내렸다. 최근 1주일 개인의 순매도 물량은 14조708억원어치. 코스피지수가 2일 6562.72에서 이날 6954.52까지 오르는 동안 ‘팔자’ 행렬을 이어간 것이다. 개인투자자 대기 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도 4일 기준 93조5499억원으로 1월 16일 이후 8개월 만에 최소치로 감소했다.

◇ 펀더멘털 개선에도 ‘변동성 경계’
개인은 코스피지수가 7000선에 다가설 때마다 팔아치우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강세장이 시작된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개인은 코스피지수 7000~8000 구간에서 49조1200억원어치, 8000~9000 구간에서 34조48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수가 7000을 넘어 올라갈수록 신규 매수보다 ‘본전 회복’과 ‘손실 축소’를 노리는 개인 매도 자금이 많게는 83조원 쏟아질 수 있는 구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500 이상에 집중된 개인 매물 때문에 이달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상단 저항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인과 기관의 반도체 매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이 이 매물을 받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버팀목에도 시한이 있다. 골드만삭스 한국주식 세일즈데스크의 크리스 차는 현재 속도라면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 한도가 공식 종료일인 오는 11월보다 앞선 9월 말~10월 중순 소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지 않거나 개인의 탈출 행렬이 지속되면 10월 이후 상당한 유동성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다.
당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이벤트도 산적했다. 10일 국내 선물·옵션 동시 만기부터 11일 새벽 오라클 실적, 밤에는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CPI는 다음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여부를 가를 수 있어 시장의 경계심이 높다.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오른 엔화와 중동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도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흔들고 있다.
반등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JP모간은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금리, 유가, 지정학 등 각종 매크로 변수에도 아시아 반도체 바스켓지수는 7월 말 저점 대비 27% 반등했다”며 강한 수요 증가, 더 높아지는 이익 전망치,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에 힘입어 연말 전 한국 메모리를 필두로 고점 회복을 향한 랠리가 재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빈난새/이선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