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 부상…삼전닉스 동반 급락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14일 장 초반 동반 약세다.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9시11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8500원(3.28%) 내린 25만1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장중 4% 넘게 밀리기도 했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는 9만3000원(5.13%) 하락한 171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스스로 성능을 높이는 '재귀적 자기개선'이 시작되면서 기존 안전 체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경쟁사 수장들도 호응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엑스(X·옛 트위터)에 "다리오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AI 안전 문제를 이유로 올해 기업공개(IPO)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창업자도 X를 통해 "세부 사항은 손질이 필요하겠지만 다리오의 방향성이 옳다"며 "이는 우리가 프론티어 AI를 위한 업계 전반의 표준 기구 설립을 제안한 이유"라고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 xAI CEO도 "다리오가 맞다"고 밝혔다.
AI 위험이 인프라 투자 집행 속도를 제한할 수 있는 변수로 부상한 셈이다. 이에 메모리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주를 둘러싼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AI 개발 속도 조절론은 클라우드 AI 밸류체인(가치사슬)의 대규모 투자 지출 수혜를 받았던 기업들의 주가 변동성을 단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짚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경계할 것은 AI 성장 종료보다 시장이 기대한 성장의 실현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라며 "자금조달 부담에 실물 투자 지연 우려까지 더해지면 금융 여건과 실적 기대가 동시에 시장을 압박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AI 개발 속도 조절이 곧바로 인프라 투자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선제적인 안전 조치가 오히려 강제적인 규제 압박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