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첫 파업' 사측과 골프?…삼성·포스코 노조 '위원장 리스크'
삼성전자와 포스코 노조가 ‘위원장 리스크’로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에선 위원장의 조합비 사용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했다. 다른 노조에선 차기 집행부 선거 절차를 두고 내홍이 불거졌다.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나선 포스코 노조도 위원장의 사측 관계자 골프 회동이 알려지면서 내부 갈등이 커졌다. 위원장 논란이 조합원 결집력을 떨어뜨리고 집행부 교체 문제로 번질 경우 임금·단체협약 협상이나 파업 동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에선 최승호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사측과 임단협을 마친 뒤 조합원 재신임을 얻은 최 위원장에게 조합비 사용과 관련한 여러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가장 큰 논란은 최 위원장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맺은 물품 발주 계약이다. 초기업노조는 해당 업체에서 우의·신호봉·앰프 등 집회·행사용 물품을 구매하는 데 약 3억67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안팎에선 가족 특혜와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됐다.
최 위원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해당 업체가 위원장과의 친족관계만을 이유로 선정됐다거나 위원장이 이를 통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조합비 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포인트를 둘러싼 논란도 나왔다. 최 위원장이 조합비로 리조트 회원권을 결제하면서 카드 마일리지 포인트를 적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화점에서 조합 물품 1억1229만원어치를 구매한 영수증에도 최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최*호' 명의의 포인트 적립 내역이 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초기업노조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이송이 부위원장이 최 위원장의 조합비 사용과 관련한 자료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 초기업노조는 전날 이 부위원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통과시켰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을 주축으로 한 동행노조에서도 차기 집행부 선거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일부 대의원은 위원장 권한대행이 운영위원회 권한을 무력화하고 규약을 지속적으로 위반했다면서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노조 내부에선 현 집행부가 조합비 미납과 자격 기간 미달로 출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후보자를 구제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장을 직권 해임하고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된 규약을 적용한 다음 선거를 강행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동행노조 집행부는 지난 18일 진정서 제출을 주도한 사무국장과 대의원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포스코 노조 상황도 복잡하다.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해 임금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노조위원장이 임금교섭 상대인 경영지원본부장 등 회사 관계자와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졌다.
집행부 내부 반발도 이어졌다. 포항·광양지역 노조 간부 13명은 해당 골프 회동을 문제 삼고 집행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반면 노조위원장은 대학원 활동 등에 따른 대외 교류 차원의 만남이었다면서 사측과 별도 합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집행부 간부 30명은 위원장의 입장문에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최근 산업계 전반에서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확산하면서 노조의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있다. 그만큼 집행부 개인을 둘러싼 논란이 협상력과 조합원 결집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집행부가 새로운 투쟁 방식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미숙한 모습이 드러난 사례도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지난 4월 부분 파업을 벌이고 전면 파업을 예고한 시점에 노조 위원장이 해외여행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사내 논란이 일었다. 최 위원장도 총파업을 예고한 뒤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내부에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